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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는 살려야 한다, 그러나 MBK의 책임까지 덮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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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9.02 07:44
 
〔대표기자 칼럼〕
 
홈플러스의 운명을 가를 중요한 순간이 다가왔다. 지난해 3월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홈플러스가 1년 6개월 가까운 시간 동안 회생의 길을 모색해왔지만 여전히 정상화 여부를 장담하기 어려운 가운데, 오늘 회생계획안에 대한 최종 판단이 내려질 예정이어서 홈플러스 노동자들과 협력업체 관계자들의 긴장감도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한때 전국 곳곳에서 소비자들의 일상과 함께했던 대형 유통기업이 이제 기업의 존립 자체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홈플러스의 회생을 바란다. 그것은 홈플러스라는 기업의 이름을 지키기 위해서도 아니고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의 투자 손실을 줄여주기 위해서도 아니다.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사람들은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을 수 있는 수많은 노동자들이며, 홈플러스와 거래해온 납품업체와 입점업체, 협력업체들 역시 기업이 청산될 경우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형 유통기업 하나의 몰락은 단순히 한 회사의 문을 닫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역경제와 협력업체, 소비자에게까지 연쇄적인 충격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회생절차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은 더욱 신중해야 한다.
 
기업회생제도가 존재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고 본다. 기업이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고 해서 곧바로 청산하는 것보다 정상화 가능성이 있다면 채권자와 노동자, 협력업체 등 이해관계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다시 일어설 기회를 주는 것이 기업회생제도의 기본 취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홈플러스가 회생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법원과 채권자들이 그 가능성을 면밀하게 따져 기업을 살릴 수 있는 길을 찾는 것은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다.
 
하지만 홈플러스의 회생을 바란다고 해서 MBK파트너스와 경영진의 책임까지 함께 덮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홈플러스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서는 왜 이 기업이 지금과 같은 위기에 이르게 됐는지를 냉정하게 따져보고, 그 과정에서 대주주와 경영진이 어떤 경영 판단을 했으며 그 판단이 기업의 경쟁력과 재무구조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분명하게 짚어야 한다.
 
물론 홈플러스의 위기를 모두 MBK의 경영 실패로만 설명하는 것도 공정하지 않다. 국내 대형마트 산업은 온라인 쇼핑과 이커머스의 급성장이라는 거대한 산업 구조의 변화에 직면해 있었고, 소비자들의 구매 방식 역시 빠르게 달라졌다. 과거처럼 대형마트에 사람들이 몰려와 한꺼번에 장을 보는 방식만으로는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워졌으며, 유통업계 전체가 새로운 사업모델과 디지털 전환을 요구받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홈플러스의 위기는 산업 구조 변화와 유통환경 변화, 경영전략의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렇다고 대주주의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기업을 인수하고 경영을 책임진 주주와 경영진에게는 시장환경이 어려워졌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책임을 외부 환경에 돌릴 수 없는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사모펀드는 투자한 기업의 가치를 높여 투자자들에게 수익을 돌려주는 것을 중요한 목적으로 하는 만큼, 기업가치가 크게 훼손되고 결국 회생절차까지 이르게 됐다면 그동안의 경영전략과 의사결정에 대해 시장과 국민 앞에 설명할 책임이 더욱 무거울 수밖에 없다.
 
결국 이번 홈플러스 사태에서 우리가 물어야 할 질문은 단순히 “홈플러스를 살릴 것인가, 말 것인가”에 그쳐서는 안 된다. 살린다면 누구를 위해 살리는 것이며, 어떤 방식으로 살릴 것인지, 그리고 기업을 이 지경까지 몰고 온 경영 판단에 대해서는 누가 어떤 책임을 질 것인지까지 함께 논의해야 한다. 기업회생이 단순히 채무를 조정하고 자산을 매각해 재무제표를 개선하는 절차로 끝나서는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특히 회생 과정에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노동자들의 희생이 또다시 가장 손쉬운 해법으로 이용되는 것이다. 점포를 줄이고 인력을 감축하면 단기적으로 기업의 비용을 줄일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렇게 해서 수많은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고 협력업체까지 연쇄적으로 피해를 입는다면 과연 그것을 제대로 된 기업회생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 생각해봐야 한다. 기업의 숫자를 살리는 것과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삶을 살리는 것은 결코 별개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정부가 국민 세금으로 대주주의 경영 실패를 대신 책임져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그런 방식은 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계해야 한다. 다만 회생 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청산함으로써 수만 명에 달하는 노동자와 협력업체가 한꺼번에 피해를 보는 상황을 막기 위해 정부와 법원이 제도적으로 할 수 있는 역할은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 기업을 살리는 과정에서 공공의 역할이 필요하다면 그 지원은 대주주의 투자손실을 보전하는 방식이 아니라 고용을 유지하고 협력업체의 연쇄 피해를 막으며 기업의 실질적인 경쟁력을 회복시키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무엇보다 MBK 역시 이제는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 홈플러스가 다시 살아나기를 바란다면 대주주가 단순히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그동안의 경영 판단을 돌아보고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정상화에 기여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 기업의 위기가 노동자와 협력업체의 희생으로만 해결돼서는 안 되며, 기업을 소유하고 경영을 통해 수익을 추구했던 주주 역시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부담하는 것이 시장경제의 기본적인 원칙이기 때문이다.
 
오늘 법원의 판단은 홈플러스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다. 회생계획안이 받아들여진다면 그것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 돼야 한다. 법원의 인가 이후에는 회생계획이 실제로 이행될 수 있는 자금과 경영계획이 마련돼야 하고, 노동자들의 고용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와 협력업체의 피해를 어떻게 최소화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도 뒤따라야 한다. 단순히 시간을 벌기 위한 회생이라면 결국 또다시 같은 위기가 반복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회생계획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그때는 더 큰 사회적 혼란을 막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수많은 노동자가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고 협력업체와 입점 소상공인들이 연쇄적으로 피해를 입는 상황을 단순히 시장의 논리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 시장경제에서 경쟁과 퇴출은 불가피하지만, 대규모 기업의 붕괴가 사회 전체에 미칠 충격을 최소화하는 것 역시 정부와 사회가 고민해야 할 중요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홈플러스가 살아남기를 바란다. 그러나 그 회생이 MBK의 경영 실패를 면죄부로 만들어주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기업은 살리되 책임은 따로 물어야 하며, 노동자는 보호하되 대주주의 책임까지 국민이 대신 떠안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것이 시장경제의 원칙에도 맞고 기업회생제도의 취지에도 부합하는 길이다.
 
홈플러스 사태는 우리 사회에 기업의 소유와 경영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기업의 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는 주주의 권리가 강조되지만, 기업이 위기에 빠졌을 때 그 책임은 노동자와 협력업체에 떠넘겨지는 구조가 반복된다면 과연 공정한 시장경제라고 할 수 있겠는가. 기업이 잘될 때는 주주가 과실을 가져가고 어려워졌을 때는 노동자와 국민이 그 부담을 나눠 갖는 구조라면 시장경제에 대한 국민의 신뢰 역시 무너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번 홈플러스 회생절차는 단순히 한 기업의 생사를 결정하는 재판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기업의 실패에 어떻게 책임을 묻고, 동시에 기업과 노동자를 어떻게 살릴 것인지 보여주는 중요한 시험대가 되어야 한다. 회생 가능성이 있다면 반드시 살릴 기회를 줘야 하지만, 그 과정에서 경영 실패의 책임까지 사라져서는 안 되며, 오히려 이번 기회를 통해 대주주와 경영진의 책임 있는 경영이 무엇인지 분명한 기준을 세워야 한다.
 
홈플러스는 살려야 한다. 그러나 홈플러스를 살리는 것과 MBK의 경영 실패를 용서하는 것은 결코 같은 일이 아니다. 기업회생의 최종 목적은 기업의 이름만 남기는 것이 아니라 그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일자리를 지키고 협력업체와 지역경제를 보호하면서 지속 가능한 기업으로 다시 세우는 데 있어야 한다. 오늘 법원이 홈플러스에 회생의 기회를 준다면 이제 공은 회사와 대주주에게 넘어간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는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답해야 한다.
 
홈플러스가 다시 일어서는 과정에서 가장 먼저 보호받아야 할 사람은 투자자가 아니라 그곳에서 일하며 생계를 이어가는 노동자들이다. 동시에 기업을 이끌었던 대주주와 경영진은 자신들의 판단에 대한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 그것이 기업을 살리는 길이면서 동시에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는 첫걸음이다. 이번 홈플러스의 회생이 단순한 법정 절차의 종료가 아니라 노동자를 살리고 기업을 다시 세우며, 경영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시장의 상식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mailnews711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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